심신자는 뚠뚠, 오늘도 뚠뚠, 열심히~ 과자를 먹네. 응? 일하라고? 싫어, 춥단 말이야. 더울 땐 더워서 일하기 싫다고 하지 않냐고? 그건 그렇지. 하지만 일은 늘 하기 싫은 거잖아? 그리고 싫은 일은 안 하는 거지? 어른으로서의 책임? 나는 어른이 아니야, 토이저러스 키드니까!

"좋지 않습니다. 서류가 쌓인 게 안 보이십니까?"

"안 보이눈뎅? 안 보이눈뎅? 심신자의 눈은 소중하니까, 예쁘고 좋은 것만 볼 거라고! 서류같이 나쁜 건 안 봐~"

"예쁘고 좋은 겁니다. 모서리가 딱 90도인 부분이 멋지지 않습니까? 덤으로 주군께서 아직 한 자도 안 쓰신 덕에 텅 비어 있어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해 주죠."

"그럼 아름다운 그대로 제출하기로 하자."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활동자금이 한 푼도 안 나오니까요."

"체엣~ 귀찮네. 어째서 23세기에 종이 서류같은 게 있는 거야? 전자 서류로 바꿔 주기만 한다면, 나도 조금은 일할 의욕이 날 텐데."

"주군, 거짓말은 나쁜 거랍니다."

"거짓말 안 했어. 전자 서류로 바꿔주면 0.0000001미리 정도는 일할 의욕이 생길 거라고!"

"그건 의미 있는 수치입니까?"

"으응~ 아니!"

"하아~"

한숨을 푹푹 쉰 오늘의 근시, 이치고가 이렇게 미루다가는 31일에 큰일이 날 거라고 중얼거렸다. 응, 아마도 그럴 거야. 작년에도 그랬잖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미뤄뒀던 서류들이 마침내 응보를 받으러 와서 철야로 서류작업을 했지!

1월 1일에는 정부기관이 쉬니까, 요번 년도의 모든 서류를 31일의 23시 59분까지 마감해서 넘겨야 하거든. 그래서 매년 12월 30일에서 31일까지는 눈코뜰새 없이 바빠. 응? 미리하면 되지 않냐고? ..후우~ 정말이지, 이제까지 나를 쭉 봐왔잖아? 어째서 모르는 거야? 나는, 일을, 미리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미리 해 두시면 편할 텐데요. 검토할 시간도 늘어나니 실수도 줄어들 거고요."

"나도 알아. 하지만 내일의 나에게 떠넘기고 놀고 싶어. 아니, 나중에 고생할 거라는 걸 아니까 더더욱~ 떠넘기고 싶어. 그 불편함을 마주 하기 싫단 말이지. 그러니까 그 부분은 미래의 내가 하고, 지금의 나는 노는 거야! 어때, 좋은 생각이지?"

"지금의 주군과 미래의 주군이 동일인물이 아니라면 말이죠."

"...."

"그렇게나 서류 작업이 싫으신 겁니까?"

"응! 하나도 재미없어~"

"일은 원래 재미있는 게 아니지만요. 어쩔 수 없군요. 조금 쉴까요? ..아까부터 쭉 쉬고 계시지만, 이제 곧 2시니까요."

"야호, 기다리고 있었다구~"

"정말이지, 곤란한 분이시네요."

"좀 말썽꾸러기인 아이가 더 귀여운 거라고."

"아이..?"

"응, 좀 예상했어. 매번 거기를 무니까 말이지!"

이치고랑 함께하는 3시의 티타임을 위한 베이킹 시간이야. 오늘의 메뉴는 홍차하면 생각하는 그 과자! 바로 스콘이야~ 이치고랑 같이 만드는 거니까, 딸기스콘..으로 하려고 했지만 요즘은 딸기 철이 아니라서 딸기가 비싸더라고. 그래서 크랜베리 스콘으로 바꿨어. 가성비를 소중히, 다!

"재료는 밀가루, 소금, 설탕, 베이킹 파우더..는 생략! 이 간단 스콘 만들기 파우더로 대체하자. 이걸 쓰면 물이랑 계란만 있으면 돼."

"또 사니존의 과자만들기 세트인가요. 대체 몇 개나 사신 거죠?"

"아주 많이. 요번에 크리스마스맞이 베이킹 대특가 세일을 했잖아? 이럴 때 안 사 놓으면 손해야."

"저번 달에도 그 비슷한 말씀을 하시면서 타코야키 파우더를 사재기 하시지 않았던가요?"

"그래서 저번 달에는 타코야키를 실컷 먹었잖아. 이번 달은 스콘이야!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좋지?"

"질리는데요. 일주일 내내 간식이 스콘이라니.."

"에엑, 일주일 내내는 아니야? 스콘 파우더 말고도 여러가지를 샀으니까, 과자는 다양하게 있다고~"

"전부 밀가루를 구운 거 아닌가요?"

"그건 그렇지만, 미묘하게 달라. 식감이라던가, 맛이라던가!"

"비슷비슷하던데요."

"아니라니깐!"

"우기셔도 그게 사실입니다만. 주군께서 또 비슷한 과자를 만드실 것같아서 오늘의 디저트는 제가 미리 준비해 왔습니다."

"엥?"

미리 준비? 그건 생각도 못 했는데! 이치고, 그렇게나 나랑 같이 과자 만들기를 하는 게 싫었던 걸까나? 아냐, 저번에는 그럭저럭 좋은 반응이었어. 내 뺨에 생크림이 묻은 걸 핥아버려서, 좀 으엑? 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왜 미리 준비해 온 거야? 같이 요리하기 싫어?"

"아뇨, 그냥 미리 준비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것 뿐입니다. 시간이 짧으니, 만들 수 있는 과자가 한정되지 않습니까. 오늘은 어쩐지 좀 더 공을 들인 과자를 먹고 싶어져서요."

"그건 그렇지~ 복잡한 과자는 한 시간 안에 만들 수 없으니까."

"그렇죠. 자, 제가 준비한 애플파이입니다."

"우와, 뭔가 제과점에서 사온 것 같네..사왔어?"

"제가 만든 겁니다. 사과를 따는 것 부터 스스로 했으니까 괜한 의심을 하지 말아 주세요."

"진짜로? 아마추어인데, 모양이 이렇게 완벽하게 나오다니. 이치고는 재능이 있네. 베이커리 미츠타다랑 디저트 아즈키의 경쟁자가 될지도?"

"그건 무리라고 봅니다만, 그 두 분은 쓸데없이..아니, 꽤 전문적이니까요. 작년에 만든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그랬잖습니까. 3층 케이크라니, 그건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결혼식에서 쓰는 것 아닙니까?"

"으응, 그건 그렇지. 3층인 것도 그렇지만, 꼭대기에 산타대신 귀여운 심신자의 설탕공예가 있는 것도 좀 지나쳤어. 심신자를, 아니. 설탕공예를 먹기 위해서 칼부림이 났다고."

"설탕으로 만든 찌그러진 찐빵을 먹기위해 싸우다니, 다들 철이 없으시다니까요."

"누가 찌그러진 찐빵이냐?! 그리고 그걸 제일 열심히 싸운 녀석이 말하는 건 이상하지 않아?"

"별로 열심히 싸우지 않았습니다. 먹지도 못 했고요."

"..마지막까지 야겐이랑 혈투 중이었잖아. 결국 야겐이 이겼지만."

"흥, 그건 야겐이 괜한 고집을 부려서 그런 겁니다. 보통 그런 건 형님 먼저, 라고 하는 게 정석이 아닌가요?"

"아니, 아니. 동생한테 양보하는 게 정석이지?"

"하지만 야겐은 단 걸 좋아하지도 않잖습니까. 저는 단 걸 좋아하니까, 제가 양보 받는 게 맞죠."

"그건 그렇지만."

애플 파이가 맛있어 보여서..가 아니라. 심신자와의 티타임을 위해 열심히 준비한 게 고마워서, 잡소리는 이쯤하고 티타임을 하기로 했다. 

이치고가 차를 준비해서 갈 테니, 먼저 가 있으라고 해서 동백나무가 있는 쪽의 툇마루로 가자, 마당을 쓸던 야겐이 보였다. 앗, 타이밍이 좋네. 딱 시작하려는 순간에 만나다니. 야겐도 초대할까? 으응, 그건 좀 무리일지도. 이치고는 3시의 티타임에 다른 녀석을 끼는 걸 엄청 싫어하거든.

"여어, 대장. 이치형이랑 노는 시간이야?"

"응. 오늘의 간식은 애플파이야~ 남으면 이따가 나눠줄게."

"안 남잖아? 대장이랑 이치형은 단 걸 좋아하니까..게다가 그거, 이치형이 일주일이나 고생해서 만든 거거든. 절대로 안 나눠주려고 할 걸?"

"일주일? 어째서 그렇게나 오래 걸린 거야?"

"모양이 예쁘지 않다면서, 계속 다시 만들었거든. 하아~ 엄청 고생했어. 실패작을 우리한테 떠넘겨 버리니까 말이야. 단 걸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데, 배가 불러질 만큼 먹어야 했다고."

"어쩐지, 아마추어가 만든 거 치고는 모양이 너무 완벽하더라..그리고 같이 요리를 하는 걸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미리 준비해 오다니, 수상하다고는 생각했어~ 몰래 연습을 하고 있었던 거구나, 치사해!"

"치사하기는 뭐가 치사합니까?"

"히엑!"

갑자기 뒤에서 말을 걸어와서, 깜짝 놀랐다. 위험하잖아? 일주일이나 연습해서 만든 완벽한 애플파이를 떨어뜨렸으면 어쩔 뻔 했어? 뭐, 내가 중시하는 쪽은 맛이니까 모양은 아무래도 좋지만. 노력해서 만든 건데 아깝잖아!

"깜짝 놀랐잖아~"

"그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동생이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끼어들어 버렸습니다. 야겐, 비밀이라고 했잖니?"

"아하하, 미안. 하지만 노력을 했다고 밝히는 쪽이 점수가 높을 거야? 도와준 거라고."

"쓸데 없는 참견이야."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고. 잘생긴 얼굴이 엉망이 되잖아? 나는 이만 가볼테니까, 둘이서 즐겁게 놀아~ 아, 혹시 다른 것도 할 참이라면 미리 말해 줘. 주변에 있는 녀석들에게 말해 둘 테니까."

"야겐!"

이치고, 또 빨갛게 됐네. 이름이 이치고라서 그런가? 자주 딸기색이 되어 버린단 말이야. 야겐이 가버린 후에도 잠깐동안 이치고의 얼굴색은 돌아오지 않았다. 덕분에 티타임을 시작할 때까지 좀 시간이 걸려버렸지. 체감상 천년 정도였다고, 애플파이와의 만남까지 기다린 시간!

"이 애플 파이, 엄청 맛있어."

"입맛에 맞으신다니, 다행이군요."

"그런데, 일주일은 좀 심한 거 아니야? 나는 과자의 모양은 그다지 신경 안 써. 모양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 미리 준비할 필요는 없다구."

"신경쓰지 마세요. 그냥 제 자기만족을 위해서니까요. 주군에게 드리는 것이니까, 완벽하게 만드는 쪽이 마음이 편합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건 굉장하지만, 역시 그냥 같이 만드는 쪽이 좋아. 즐겁고~ 일주일이나 걸리지도 않고!"

"후후, 그건 그렇겠군요. 알겠습니다, 다음부터는 미리 만들어 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응, 응. 그게 좋아. 맛있는 걸 먹고 싶기는 하지만, 그것때문에 괜히 고생시키고 싶지는 않거든. 이치고도, 야겐들도!"

아, 어째서 맛있는 시간은 이렇게나 빨리 지나가 버리는 걸까나? 방금 전에 시작한 것 같은 티타임은 어느새 끝나고, 나는 또 높이 쌓인 서류 더미 앞으로 끌려와 버렸다. 해야겠지? 미리 해 두면 연말에는 느긋하게 보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하기 싫어~

미리미리 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 미리미리해 두면 결과도 더 좋고 편하다는 건 알지만, 미루면 놀 수 있잖아? 나는 노는 쪽이 더 좋으니까, 그냥 미룰래! 분명 연말쯤엔 초능력이 생겨서 이 서류들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게 될 거야. 그러니까 그 때 하면 돼! ..아마?

"그럴 리가 있습니까. 자, 얼른 시작해 주세요. 연말에 같이 동생들의 선물을 사러 가시기로 했잖습니까? 미리 서류를 처리해 주시지 않으면, 같이 나갈 수 없습니다만?"

"그치만~"

"그치만이 아닙니다. 얼른 해 주세요."

"히잉."

어째서 이치고는 이렇게나 미리미리 하는 걸 좋아하는 걸까? 성격이 급해서? 하긴, 이 녀석은 보기랑은 다르게 다혈질이니까 말이야~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

오늘 먹을 파이를 일주일 전부터 준비하는 건 너무 지나친 것 같지만 말야. 그렇게까지 일을 땡겨서 하는 건, 과하다고. 게다가 모양때문에 그렇게까지 하다니, 완전 낭비야! 굳이 일주일이나 시간을 들일 거라면, 맛 쪽을 향상시켜 줘. 뭐, 맛도 있었으니까 별로 큰 불만은 없지만.. 없지만.

이치고, 지금 너 과자 레시피를 검색하고 있는 거지? 혹시 다음 티타임에 먹을 과자를 미리 연습해 두려고? 같이 만든다고 했잖아? 앗, 혹시 그때 잘 하기 위해서야? 진짜로, 치사한 녀석이네! 

카센이나 미츠타다, 아즈키같은 넘사벽의 영역을 제외하면 요리를 할 수 있는 남사들은 대게 실력이 비슷하다. 거의 나랑 비슷한 정도지. 그러니까, 미리 연습같은 걸 하면 곤란해!

상대적으로 내가 못 하는 게 되어 버리잖아! 먹을 걸 좋아하는 게 아이덴티티니까, 요리실력이 혼마루내에서는 높은 편인 걸로 해두고 싶어! 그러니까 연습하지 말아주라. 아니, 나보다 잘 하지 말아 줘~

딱히 설정벌레에 씌인 것은 아니다, 단지 세크로스가 좋은 거라고 생각함☆

우테나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